다음 바퀴에서
좋아서 찾아다니던 현장이 일이 됐다.
9월, 프론티어노트에 질문 하나를 남겼다.[1]
뭐에 집중하지.
만들 수 있는 건 많아졌다. 다음에 뭘 만들지는 여전히 골라야 했다.
10월부터 해시드에서 나이트로를 중심으로 DevRel 일을 시작했다. 빌더들을 만나고, 그들이 만드는 걸 보고, 함께할 일을 찾는 일이다.
이상하게도 새 일을 설명하려는데 콜렉터블콘의 피카츄 세 마리가 먼저 떠오른다.
그 마음을 조금 안다
나한테는 글쓰기가 그랬다.
사람들을 모아 같이 썼다. 아들한테 썼고, 만난 사람이 신기해서 썼다.
그 글이 나중에 어디에 쓰일지는 몰랐다. 아들한테 쓰는 글은 애초에 어디에 쓰려고 쓴 것도 아니었다.
그냥 쓰고 싶어서 썼다.
쓰다 보니 다음에 쓰고 싶은 게 생겼고, 글 때문에 다시 만난 사람도 생겼다.
그래서 전혀 다른 일을 하는 사람한테서도 익숙한 마음을 볼 때가 있다. 자기가 쓰려고 코드를 고치는 사람. 좋아하는 카드를 오래 소중하게 간직하는 사람. 아직 누가 쓸지 모르는데 뭔가를 만들어 내놓는 사람.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궁금해진다.
그 마음을 안다고 그 사람을 다 아는 건 아니다. 그래서 더 묻고 싶다.
지난번보다 하나 더
콜렉터블콘에서 재미있었던 건 리자몽만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원피스 카드 한 장이었다. 그러다 피카츄가 한 마리 생겼다. 다른 사람이 한 마리를 보탰다. 이야기를 듣던 셀러가 또 한 마리를 줬다.
한 바퀴 돌고 왔더니, 아까 만난 사람들이 내가 뭘 들고 왔는지 궁금해했다.
그게 좋았다.
첫 만남에서 다 알 필요가 없었다. 한 번 보고, 각자 자기 일을 하다가, 다시 만났을 때 지난번에 없던 게 생겨 있었다.
빌더를 만나는 일도 그랬으면 좋겠다.
처음 만났을 때는 작은 데모 하나일 수 있다. 다음에는 쓰는 사람이 생겼을 수도 있고,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가 있을 수도 있다. 지난번에 막힌 문제를 풀었을 수도 있고, 더 큰 문제를 들고 올 수도 있다.
그 사이에 내가 한 일이 조금 들어갈 수도 있다. 써보는 일일 수도 있고, 사람을 소개하는 일일 수도 있다. 같이 고민하는 것일 수도 있고, 별 도움이 안 돼서 그냥 다음에 다시 보는 것일 수도 있다.
뭘 보탤지는 만나기 전에 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빨리만 밀어서는 안 된다는 것도 배웠다
올여름, 빌더들이 비용 걱정 없이 만들었으면 해서 AI 토큰을 후원했다. 그 뒤에 일이 생겼고, 그때를 돌아보는 글에 이렇게 썼다.[2]
내가 준 건 속도였다. 속도만 줬다.
다음 시도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건 좋은 일이다. 그렇다고 늘 더 빨리 가게 만드는 게 도움이 되는 건 아니었다.
어떤 때는 사람을 붙여줘야 하고, 어떤 때는 질문을 더 해야 한다. 어떤 때는 하지 말아야 할 걸 같이 확인해야 한다. 어떤 때는 그냥 기다렸다가 다시 보면 된다.
듣는 것도 놓친 적이 있다. 프론티어노트 인터뷰에서 답을 듣고도 준비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질문은 다 했는데, 상대 답 때문에 내 질문이 바뀌지는 않았다.
이번엔 다르게 해보고 싶다. 상대 말을 듣고, 내 다음 할 일이 바뀌는 쪽으로.
어디서 피카츄가 하나 더 생길까
프론티어노트에서는 계속 그런 사람들을 찾아다닐 생각이다.
아직 이름이 알려지기 전인데 이상하게 시간을 많이 쓰고 있는 사람. 자기가 만든 걸 내놓고, 남이 만든 것도 궁금해하는 사람. 한 번 해본 뒤 또 다른 걸 들고 오는 사람.
해시드에서는 그 사람들과 조금 더 가까운 데서 일하게 됐다.
어디서 누굴 만날지 아직 모른다. 처음 만날 때 그 사람이 뭘 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더 재미있는 건 그다음이다. 한 바퀴 돌고 다시 만났을 때, 손에 뭐가 하나 더 생겨 있을까.
그게 내가 보탠 것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준 것일 수도 있다. 본인이 혼자 만들어온 것일 수도 있다.
다음엔 어디서 피카츄가 한 마리 더 생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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