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졸업을 명한다
하루 10억 토큰을 쓰는 나에게
하루에 10억 토큰을 쓰는 너에게.
Agent Symbiote 첫 모임에서 너는 말했다.
“제가 필요한 제품들을 막 만들었어요. 다 만들었어요.”
그 말을 하는 동안에도 Codex는 사이트를 만들고 있었다.
그러고는 물었다.
“뭐에 집중하지?”
다음에 어떤 앱을 만들지 묻는 말이 아니었다.
예전에는 사람과 시간과 돈이 있어야 하던 일이 한 사람의 화면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지능이 빠르게 흔해지는 세상에서, 이제 어디에 내 시간과 관심을 써야 하는지 묻고 있었다.
그 질문과 별개로, 사람들은 네가 지금 어떻게 일하는지 물었다.
“그러면은 Hermes는 뭐 물고 있어요?”
너는 GPT Plus라고 답했다. 각 잡고 하는 작업은 Codex에서 하고, 글은 Claude와 Gemini에 한 바퀴 돌린다고 말했다.
어떻게 일하는지는 길게 말할 수 있었다.
무엇에 집중할지는 질문으로 남았다.
비서에게 시킬 것 같지 않은 일
그때 헤르메스와 부이(VOOY)는 이미 쓰고 있었다. 모임이 끝난 그날 저녁, 집에 가는 길에는 인스팅트를 처음 알았다. 이후 인스팅트도 쓰기 시작했다.
지금은 헤르메스와 부이, 인스팅트 같은 개인 비서 에이전트에게 서로 다른 일을 맡긴다.
최근에는 그중 일부에게 비서 업무가 아닌 극한의 과제까지 쥐여주고 있다.
인스팅트에는 사고폭발도구를 돌려달라고 했다. 리팩토링도 맡겼다.
하나는 한 문제를 여러 방향에서 다시 묻고, 반론을 붙이고, 다른 길을 찾아보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이미 만든 구조를 다시 뜯어 고치는 일이다.
일정 등록도, 메일 정리도 아니었다.
첫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이름은 비서였지만, 비서 일만 시키지는 않았다.
이름보다 먼저 물었다.
이것도 되나.
지능이 흔해진 뒤
예전에는 만들 수 없는 일이 많았다.
혼자 하기 벅차면 시작하지 않았다. 사람을 모아야 했고, 오래 배워야 했고, 비용을 계산해야 했다. 못 만드는 일이 자연스럽게 목록에서 빠졌다.
지난 여섯 달 동안 그 문턱이 많이 낮아졌다.
기존 레포를 포크했다. 데이터를 크롤링했다. API를 붙였다. 당장 필요한 것도 만들었고, 딱히 필요하지 않아도 “한번 만들어볼까” 싶은 것은 화면까지 가져갔다.
만들 수 있는 일은 많아졌다.
하루는 늘지 않았다.
수영 코치는 분석을 받으러 갔다가 고칠 방법을 묻고 나온 도구였다. 편지 사이트는 다 만들었지만, 다음 편지는 다음 달을 살아야 쓸 수 있다.
도구를 만들었다고 그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한 번 만들어보면 충분한 일이 있었다. 만든 뒤에도 계속 돌아와야 하는 일이 있었다.
만들 수 있는 일은 많아졌지만, 계속 돌아올 일은 여전히 적었다.
“뭐에 집중하지?”는 그 차이를 묻는 말이었다.
너에게만 있던 이력서
AI에게는 이름 밖의 일을 시켰다.
개인 비서에게 생각을 벌리는 일과 코드를 다시 뜯는 일을 맡겼다. 결과가 약하면 다시 물었다. 다른 모델에 보여줬다. 한 번 안 됐다고 그 일을 영원히 빼놓지는 않았다.
너 자신을 볼 때는 달랐다.
지금까지 해온 일.
잘한다고 인정받은 일.
남에게 설명하기 쉬운 일.
이미 한 번 결과를 낸 방식.
다음 일을 고를 때 그 목록부터 펼쳤다. 목록 안에 있으면 네 일이었고, 밖에 있으면 아직 네 일이 아닌 것처럼 밀어뒀다.
이력서는 뒤를 적는 문서다.
그런데 너는 그걸로 앞을 골랐다.
비서에게는 이름 밖의 일을 시켰다. 너에게는 이력서 안의 일만 시켰다.
오늘 졸업시킬 사람은 둘이다.
못 만들 것 같아서 시작하지 않던 너.
만들 수 있으니 일단 만들던 너.
둘은 반대처럼 보였다. 둘 다 ‘만들 수 있나’로 일을 골랐다.
이제는 그것만 묻지 않는다.
한 번 만들어보면 충분한가.
만든 뒤에도 다시 돌아올 일인가.
오래 보고 싶은가.
내가 끝까지 책임지고 싶은가.
여기까지가 나였다
지난 여섯 달 동안 너는 AI에게 계속 말했다.
“이것까지 해봐.”
그러면서 너 자신에게는 다른 말을 했다.
“여기까지가 너야.”
오늘 그 문장을 고친다.
여기까지가 너야.
아니다.
여기까지가 나였다.
그때는 안 하는 게 맞았다. 지금도 안 해야 하는지는 다시 본다.
나는 여기까지의 나를 버리지 않는다.
만든 것과 떠난 것, 다시 부른 것까지 가져간다. 잘된 방식도 계속 쓴다.
다만 그 목록으로 다음 일을 미리 지우지는 않는다.
만들 수 있다고 전부 만들지는 않는다.
해본 적 없다고 미리 빼지도 않는다.
다시 돌아올 일을 고른다.
그래서 오늘 나에게 졸업을 명한다.
여기까지 해봤다는 사실을, 여기까지만 할 수 있다는 뜻으로 쓰는 일에서.
비서 에이전트들에게는 이미 다음 부탁을 보내고 있다.
이제 내가 받을 차례다.
이것까지 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