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론티어노트
FIELD NOTE · Issue 07 · 2026. 09. 23.

미국인은 한 시간 만에 죽었다

가입은 비서가 했고, 얼굴은 내가 냈다

밤 9시 54분, 셀피를 한 장 찍었다.

미국 계정을 만들어 오라고 비서에게 맡긴 일이었다. 비서는 계정을 다 만들어 놓고 나를 불렀다. 활성화하려면 셀피가 필요한데 그건 자기가 찍을 수 없으니, 마지막 한 장을 부탁한다고.

비서에게 비서를 구해오라고 했다

Meta가 9월 8일 Muse를 내놨다. 메일을 보내고 일정을 잡고 심부름을 대신 해주는 개인 AI 에이전트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만 쓸 수 있었다.

써보고 싶었다. 최전선을 기록한다는 사람이 새 에이전트를 남보다 늦게 써본다는 게 싫었다. 그래서 내가 쓰는 에이전트를 불렀다.

“미국 계정을 만들어봐.”

비서한테 다른 비서를 구해오라고 한 셈이다.

Instinct는 성실했다. 미국 Apple 계정을 만들어 Muse를 받을 수 있게 해줬다. 내려받아 앱을 여니 Meta 로그인이 떴다. 원래 쓰던 내 계정으로 들어갔더니 대기 명단이었다. 앱을 어디서 받았는지는 상관없었다. 계정이 한국 거였다.

그럼 계정도 미국 걸로 만들면 되지 않나.

Instinct는 미국 접속 환경에서 새 Facebook 계정을 만들었다. 이메일 인증을 넘었고, 사람인지 묻는 확인까지 기계가 대신 넘었다.

계정은 금방 생겼다. 그런데 바로 쓸 수는 없었다. 활성화하려면 셀피가 필요하다고 했다.

여기서부터는 내가

이메일도 접속 위치도 미국이었다. 얼굴만 한국에 있었다.

대리인이 서류를 다 채워 와도 인감은 본인이 찍는다.

검토에 한 시간쯤 걸린다고 했다. 기다리는 동안 다른 창에서 AI 글 얘기를 했다. 훔쳐온 통찰이 왜 싫은지. 가짜 계정이 심사를 받는 동안, 나는 빌린 생각을 따지고 있었다.

22시 56분

메일이 왔다. 커뮤니티 기준 위반, 영구 비활성화, 추가 검토 요청 불가.

셀피를 내고 한 시간 만이었다. 게시물도 친구도 댓글도 없는 계정이었다.

얼굴까지 냈는데 안 됐다.

이유는 모른다. Meta는 알려주지 않았다.

다만 그 계정이 가짜였던 건 맞다. Meta를 속이려고 한 거였다. 미국에서만 되는 AI를 써보려고 미국 사람인 척했다. 몇 분 만에 만든 계정을 Meta가 믿을 이유는 없었다.

쓰던 비서는 남았다

Muse와는 한마디도 못 했다.

다시 Instinct를 불렀다.

“온라인에서 이걸 뚫은 조합을 광범위하게 찾아봐.”

Instinct는 한참 뒤지더니, 따라 할 만한 성공 사례는 못 찾았다고 했다.

새 비서는 끝내 못 만났다. 구하러 보낸 옛 비서는 그날 밤에도 다음 방법을 찾고 있었다.

한국 출시를 기다리기로 했다.

Muse 앱은 아직 휴대폰에 있다. 내려받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니까. 열어 봐야 대기 명단이다.

주인 없는 앱이 하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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